일상의 글쓰기

코로나 중 생필품 구입

거북이(hangbokhan gobooki) 2020. 7. 11. 08:53

 어제가 아르헨티나 독립기념일 공휴일이었고 오늘은 금요일 평일이지만 bridge public holiday 즉 '다리 공휴일'이다.

 '쳇! 이런 강제적 자가격리 기간에 다리 공휴일이라니, 공휴일이라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을......'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모처럼의 긴 주말이 될 것이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남편과 함께 생필품을 구입하러 집 근처 마트에 갔다. 한국의 대형 마트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여기서는 아주 큰 유통업체인 '코토(Coto)'가 집 가까이에 있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이런 마트도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한 가정 당 한 명만 들어갈 수 있고, 또 입구 앞 길에 1.5m 간격으로 줄 서서 문 열어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들어갔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나오면 그다음 사람이 들어가는 식이다. 입구에서 문지기가 문을 열어주고 입장할 사람 두 손에 알코올을 뿌려준다. 물론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오늘은 뒷문 출입구 쪽 줄도 한 블록 정도나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가정 당 한 명만 입장이 되기 때문에 나는 뒷문으로, 남편은 정문으로 나뉘어서 들어가기로 했다. 

 안에는 인원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아 사람들 피해 다니기가 힘들었다.  채소 코너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남편은 아직 입장을 못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빠른 시간에 필요한 것만 사서 나가기 위해 서둘렀다. 아침 식사 때 먹을 식빵 두 봉지, 아침 식사용 크래커, 커피와 어울리는 초코칩 박힌 쿠키, 아들이 좋아하는 오레오, 파스타용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국수, 흙 묻은 감자, 토마토, 사과, 양파, 치즈, 멸균 우유 4L, 일회용 키친타월, 기름때 제거용 주방 청소제, 욕실용 락스, 빨래 비누, 치약, 칫솔, A4용지 한 묶음, 등등 많이도 샀다.

 도중에 만난 남편이 나와 함께 계산대 앞에 서자 계산원이 남편더러 저 멀찍이 떨어져 있으라고 했다. 어찌나 차갑게 대하던지 살짝 마음이 상했지만 뭐라고 대꾸할 수는 없었다. 한 가족 당 한 명만 입장해야 하는 규칙을 어겼으니 말이다. 남편도 순순히 물러났다. 

 모두 3770페소가 나왔는데 크레디트 카드 할인과 마트 멤버십 카드 할인을 받아 700페소를 절약할 수 있었다. 3000 페소면 미화로 환산해서 24달러이고, 원화로는 28800원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닌데도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엄청나게 오른 물가 때문에 요즘은 계산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치솟는 미화 가치에 더하여 미친 것 같은 물가로 점점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로 인해서 넉 달 가까이 경제 활동이 거의 마비된 상태이다. 중앙은행에서 페소화를 찍어내고, 생계보조비를 지급, 기업체와 자영업체 직원들에 대한 월급 지급,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무이자 대출 등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원래 유럽형 복지 제도를 따르는 국가로 한국에서는 포퓰리즘으로 망한 나라라고 평가받고 있다. 

  남부의 어느 작은 도시는 수도권보다 상황이 심각한지 시장이 시민들의 약탈과 폭동을 우려한다고 보도됐다. 여러 가지 지원금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고요하다. 폭동의 기미는 감지되지 않는다. 한국 교민들은 이 나라 정부시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조만간 베네수엘라 꼴 날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임시방편적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업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정부 정책 자체가 일관성이 없고 이런 와중에도 갖가지 편법과 불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서 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나도 정부 대출금이 아니면 가계를 꾸려가기가 어렵다. 3월부터 지금까지 수입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몇 달 후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강제적 자가격리가 풀려도 경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고, 코로나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으니 상황이 낙관적이지가 않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남편도 나도 각각 양손 가득히 필요한 것들을 사 올 수 있어서 감사했다.

 시원스럽게 하늘로 뻗은 가로수들! 한 겨울이지만 가지 끝에 매달린 수많은 마른 잎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어차피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계절은 끝없이 흘러가고 우리도 흘러 흘러갈 테니까.

 

    오늘 쇼핑한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다.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칫솔. 아르헨티나에도 요런 것이 있다니 감사해서 망설일 것도 없이 집어왔다. 신제품이라 그런지 다른 것에 비해 좀 비싸긴 했지만 딱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