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독서 좋아하시죠?
저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요즘 아르헨티나는 감염병으로 하루 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강제적 자가격리로 석 달 이상을 국민들이 외출을 못하고 있어요. 저도 집에만 있다 보니 살림 정리, 화초 정리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만들어 내서라도 하고 있답니다. 그중에서 가장 성취감 높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 중 한 가지가 책 읽기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미국의 유명한 집필가인 팀 페리스가 지은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2017년에 번역 출간되어 이미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자기계발 도서인 만큼 자기 삶에 적용해서 도움을 받으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얻고 그만큼의 부를 쌓고 있는 61명의 건강과 성공의 비결, 그리고 삶의 지혜를 한 데 모아놓았으니 베스트셀러가 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고가 싶다는 갈망, 성공하고 싶다는 갈망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었을 거예요. 제목부터가 솔깃하잖아요. 세계 최고인 사람들이 걸어간 길, 그들의 노하우를 알고, 그들이 성공한 것처럼 나도 세계 최고가 될 것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각나네요. 바로 제 아들요.
제 아들은 자기 방 청소를 잘 하지 않습니다. 너저분한 상태로 몇 주를 가죠. 저도 잘 치워주지 않고요.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기상 후, 침상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삶의 모든 것이 변한다면서요. 하루 이틀 하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제법 오래 지속하더라고요. 정말 잠자리를 정리하면서부터 이 아들의 생활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을 채우지 못하더군요. 다행히 그 후에 다시 시작하긴 했지만요.
저는 제 자신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은 적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아들의 모습을 그저 웃어넘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어보니 여기에도 그런 부분이 나오더라고요. "삶의 기초가 흔들린다고 생각될 때는 우선 잠자리부터 정리하라."
타이탄의 도구들은 어쩌면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인지도 모르겠어요. 거인, 용사, 위대함, 유명함, 마천루, 화려함...... 이런 말들은 왠지 저에게 위압감을 주고 주눅 들게 합니다. 그리고 문득 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제목 대신 탈무드나 처세술 같은 느낌으로 '유명인들의 지혜와 삶의 습관'이라고 했다면 이 책이 과연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다른 사람을 앞지르는 성공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타깃 삼아 멋지게 명중시킨 저작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61 가지 내용들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의 경험들이요 지혜임에 틀림 없습니다. 저도 실천해 보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께는 한 번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저는 이 책 중후반 쯤에 나오는 '좋은 것은 영원히 남는다'는 소제목이 붙어있는 칼 퍼스먼의 일화가 인상 깊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터뷰어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명성을 얻기 전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최고의 굴라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계세요?"와 같은 질문으로 10년 동안 세계를 거의 무전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그의 전성기 시절에 있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와의 인터뷰 내용은 입가에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가 빈 손으로 헝가리를 여행할 때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할머니들 옆에 일부러 자리를 잡고 "최고의 굴라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아세요?" 라고 질문을 한답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상대는 점점 마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네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헝가리 할머니들이 손짓 발짓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을 하노라면 주위의 승객들까지 끼어들어 자기 집에는 아버지가 직접 만든 살구 브랜디가 있는데 맛이 끝내준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동네는 파프리카가 유명한데 와 보라고 초대하기도 하고, 결국 기차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집에 초대되어 6주간의 숙소와 식사가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칼은 이런 방법으로 거의 10년 동안 세계 여기저기를 여행했다고 하네요. 굴라시는 쇠고기, 양파, 고추, 파프리카 등으로 만든 매운 수프로, 우리나라 육개장과 비슷한 헝가리 전통 음식이라고 합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와의 인터뷰는 원래 2분 30초 안에 끝내야 하는 것이었대요. 그런데 그는 30분이 넘는 심층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답니다. 국제 정세나 핵문제, 개혁정책 등에 대한 질문을 예상하고 나온 고르바초프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가능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가장 훌륭한 가르침은 무엇이었습니까?" 고르바초프를 기분 좋게 당황시킨 이 질문 하나로 말이죠.
칼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뭔가 충격적이고 독특한 것을 주려고 애쓰지 마라. 그냥 따뜻하고 좋은 것을 주면 된다. '좋은 것'만이 언제나 영원히 남는다."
참 재미있고 단순해서 곧장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어떻게 보면 인터뷰어라는 직업을 가진 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내용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세상사 거의 모든 일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뭔가 충격적이고 독특한, 생각해 내기도 어려운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너무 친숙해서 조금 진부해 보일 수는 있어도, 그저 따뜻하고 좋은 것들이 모든 비즈니스와 일상의 아이디어가 되고 재료가 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시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책을 좀 더 가까이 해야겠어요.
방문해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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