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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글쓰기32

어머니와 나 어제는 오전에 출애굽기를 읽으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신 백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보고 울었다. 그 사랑을 오늘날에도 동일하게 내리시는 것을 생각하니 세상 모든 근심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하늘의 기쁨은 깊은 산속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샘물 한 모금을 맛본 듯 상쾌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감사와 찬양 속에 지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잠자기 전 샤워를 하고 나온 후 갑자기 낮동안의 감사가 와장창 깨지는 것을 보았다. 남편의 지나가듯 한 말 때문이었다. "샤워를 왜 그렇게 오래 하냐, 아이고, 욕실에 수증기가 꽉 찼네. 샤워 시간을 좀 줄이지." 남편의 성품상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소리였지만 나는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나는 요즘.. 2020. 8. 15.
힘써 하나님을 알자. 어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자필로 쓴 시편 137편 사진을 보내면서 날더러 시편 138편을 필사한 후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시편 139편을 필사하여 그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자기도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부탁을 받았다면서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누군가 시작한 일이라고 하는데 이런 일에는 다분히 미신적인 요소가 있다. 시편을 1편부터 150편까지 릴레이로 다 쓰면 코로나가 물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언제부터 기독교에 이런 것들이 섞이기 시작했을까? 땅 밟기 기도, 릴레이 금식 기도, 릴레이 기도, 이제는 릴레이 성경필사. 그 외에도 .. 2020. 8. 15.
둘쎄 데 레체 수면시간이 10시간이나 되는데 몸상태는 좋지 않다. 완전히 잠든 것도 아니고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많은 시간을 누워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더라도 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결코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닌데 눈은 뻑뻑, 목과 허리도 삐걱삐걱, 머리도 어지럽고 아주 성가시다. 나이 듦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이렇게 자꾸 아픈 것은 삶이 고달파지는 이유 중 큰 부분인 것 같다. 기온이 좀 올라간 포근한 오후, 혼자서도 마트 다녀올 힘은 있었다. 우유 4L, 당근 2kg, 양파 2kg, 애호박 1kg, '둘쎄 데 레체(dulce de leche)', '떼 만사니샤(té manzanilla)' 그렇게 사서 얼른 마트를 빠져나왔다. 그다지 많이 산 것이 아닌데 양손 가득 짐이 무거웠다. 코로나에 감염.. 2020. 8. 13.
산책 후 이른 저녁식사 오후 5시, 키 큰 플라타너스 늘씬늘씬한 가지 사이로 햇살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엷고 밝은 갈색 바탕에 탁한 황갈색 얼룩이 매력적인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산책을 나간 건 아니고 생선가게를 가기 위해 나선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문밖출입이 여러모로 성가시지만 역시 바깥공기를 쐬는 것이 생활하는 데 활력을 주는 것 같다. "그렇게 천천히 걷지 말고 다리를 쫙쫙 벌려 크게 걸어야 운동이 되지!" 남편의 고마운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높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마른 나뭇가지들의 우아한 곡선을 보기 위해 천천히 걸었다. "이왕 나온 것 누리고 즐겨야지." 생선가게 까지의 거리가 너무 짧게 느껴졌다. 밀라네사 1 kg을 샀다. 메를루사(merluza)라고 하는 대구 비슷.. 2020. 8. 12.
삶이란? 행복이란? 오후 나른한 시간, 남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시청했다. 한국전쟁 때 고향과 가족을 잃은 실향민인 노부부의 삶을 보았다. 8남매를 낳아 출가시키고, 평생 생계수단이었던 조개잡이를 노구에도 여전히 하고 있는 모습이 짠했다. 하지만 오래된 옛집과 손때 묻은 가재도구들 속에서 환하게 웃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나 빛나 보이던지, 어떤 것이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1953년 전쟁 직후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부터 감자 수제비 한솥씩 끓여 자식들 먹여 살리며 그 이후에도 평생 가난하게만 살아왔지만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밝은 모습이 나를 계속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게 했다. 노부부 얼굴에 그늘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밤새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 2020. 8. 11.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사랑법 7월 14일 내 생일이다. 간밤에 늦게 취침한지라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에 도착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았다. "ooo 생일 축하해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아름다운 그대! 생명 주신 하늘 아빠께 감사와 영광을...... 이 땅에서의 환난과 고통이 우리를 단근질 하시어 우리 주님처럼 영화롭게 존귀하게 하시는 아빠의 뜻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될 끝을 알기에 그 무엇도 두려울 바 없지요. 이제 또 한 걸음 주님과 더 가까워지셨네요. 참 기쁘고 감사한 날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언능 새싹 나오는 뽕잎 뜯으며 그대의 까르르 웃는 소리 듣고프네요. 햇살이 너무 따뜻하네요." "생일 축하해요. 잘 있는지요?.. 202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