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글쓰기32 어느 우울하고 부끄러운 날 어제저녁 식사 시간에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원래 있던 선교회에서 나와 S선교회로 옮겼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사건은 여전히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참고 있을 뿐이지 남편의 섣부른 결정이 우리 가족 전체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이 몹시 싫어하는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남편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말았다. 남편은 이렇게 변명한다. 20년 넘게 온 힘을 다해 헌신했던 곳을 떠나 나오니까 그 공허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랬노라고. 고작 그 '참을 수 없는 공허함'이라는 감정 때문에 가족들의 삶의 방향이 달린 일을 단 며칠 만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해 버리다니, 그건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 경솔함과 유약함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 2020. 7. 21. 격리 기간의 일상 늦은 점심을 먹고 설거지하고 한 숨 돌리니 오후 세 시가 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식사 준비를 늦게 시작하기도 했지만 남편에게는 떡국, 아들에게는 라면, 나는 묵은 밥에 밑반찬, 이렇게 세 사람 모두 기호대로 다르게 준비하다 보니 더 늦었다. 게다가 나는 두 사람 식후에 느지막이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먹으니까. 설거지가 끝나면 냄비에 우유를 데워 카푸치노 커피를 만든다. 이것도 남편님과 아드님께 먼저 받들어 드리고 그 후에 나 홀로 커피를 즐긴다. 이러고 나면 겨울철 짧은 하루 해가 다 간다. 중고 판매방에 물건 나눈다고 올렸었는데 오늘 찾으러 온 사람이 있었다. 한국 아주머니인데 고맙다면서 집에서 직접 만든 피클을 작은 병에 담아 왔다. 별 것도 아닌 것을 주면서 이런 사례를 받으니 괜히 부끄러운 마.. 2020. 7. 20. 온라인 중고 거래 늦잠 자는 것이 격리 기간 중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일찍 잠자리에 누워도 눈만 말똥말똥 이 생각 저 생각, 생각만 많고 몸도 편치 않아 오래도록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아, 그래도 자긴 잤구나 또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한다. 한국에 있는 ㅇㅇㅇ에서 유 목사님이 입금해 주신 헌금과 여기 윤장로 님이 헌금해 주신 것 외에는 몇 달 동안 수입이 '0'였는데 온라인 중고장터에 집에 있던 운동기구 하나를 팔고 1000 페소를 손에 넣었다. 요즘의 페소 가치로는 천 페소가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한국 원화로는 10.000원), 서 너달 만에 처음 번 돈이라 기뻤다. 그래서 또 팔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찾아보고 있다. 안 입는 옷, 안 쓰는 주방용품, 안 쓰는 운동기구 등등 살펴보니 정말 .. 2020. 7. 20. 하나님 나라 어제는 저녁 식사 후 남편과 함께 '신박한 정리'라는TV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정리가 심각하게 필요한 사람 의뢰를 받고 가서 그 집의 살림을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나야 그전부터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지만 남편이 이런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 의외였다. 시청을 끝내고 따끈따끈하게 동기부여를 받아 의기투합하여 우리 집 정리를 시작했다. 안방의 커다란 3단 서랍장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 서랍장 둘째 칸을 차지하고 있던 자질구레한 문구류와 소품들을 정리하니 큰 수납공간이 생겼다. 그곳에 옷장 위 선반에 묵혀두었던 수건, 식탁보, 베갯잇 등을 넣었다. 일단 그렇게 넣긴 했는데 그것도 조만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쓰지 않아 오래되고 색이 바랜 물건들이었다. 진작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2020. 7. 20. 염려하지 말라 지난 3월 20일부터 시작된 의무적 자가격리(cuarentena)가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1920년대 세계적 대공황 이전에 있었다는 '스페인 독감', 몇 년 전 있었던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등. 지금의 코로나 19와 비견되는 전염병들이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처럼 전파력이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한국은 잘 갖춰진 방역 시스템으로 전국적인 의무적 자가격리가 없이도 세계에서 주목하는 전염병 극복 모범국이 되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초기에 먼 나라 불구경하듯 멀뚱 거리다가 3월 들어 전국적인 강제 자가격리를 실시함으로 모든 경제 활동이 마비되고 말았다. 4월에 휴가를 나와 아르헨티나를 방문할 것으로 고대했던 군 복무 중인 작은 아들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재아 한국문화원에.. 2020. 7. 19. 자기 부인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 둘 수 없기에 글을 쓴다. 항상 시작은 간절히 글을 쓰고 싶어서 쓰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읽어보면 참 쓸 데 없는 짓을 했다 싶어 찢어 없애곤 했다. 그러고 나서 단조로운 일상의 시간이 흐를 때면 머리와 가슴속으로 여러 가지 글 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경험한다. 이런 현상은 조금만 지나면 잊히기에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코로나 19'라는 세계적 전염병으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지낸 지 한 주일이 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정부 주도로 강제적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3월 말까지 시행한다고 했는데 벌써 두 주를 더 연장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일은 너무 낯설다. 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독일 수상은 전쟁.. 2020. 7. 19.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