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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글쓰기

어느 우울하고 부끄러운 날

by 거북이(hangbokhan gobooki) 2020. 7. 21.

 어제저녁 식사 시간에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원래 있던 선교회에서 나와 S선교회로 옮겼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사건은 여전히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참고 있을 뿐이지 남편의 섣부른 결정이 우리 가족 전체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이 몹시 싫어하는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남편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말았다.
 

 남편은 이렇게 변명한다. 20년 넘게 온 힘을 다해 헌신했던 곳을 떠나 나오니까 그 공허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랬노라고. 고작 그 '참을 수 없는 공허함'이라는 감정 때문에 가족들의 삶의 방향이 달린 일을 단 며칠 만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해 버리다니, 그건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 경솔함과 유약함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만 안 했더라도 내 인생길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남편이 원망스러운 것이다.
 

 꼭 그 일이 아니더라도 내 지나온 발걸음을 돌아보면 깨지고 쓰러지고 방황하고 슬펐던 기억 밖에 없는 것 같다. 어젯밤 고등학교 졸업앨범이랑 대학교 졸업앨범을 꺼내보고는 과감히 앨범을 버렸다. 열여덟, 열아홉, 스무 살, 스물한 살 두 살 세 살, 그때의 내 모습은 마주 하고 싶지 않다.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 나는 그때가 좋았다고 추억하지 않는다. 사실은 더 오래전 어린 시절도 그렇다. 앨범 속에서 만나는 낯익은 얼굴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내 인생에서 잠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은 모두 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 가리라." 창조주께로 돌아간다는 소망 외에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헛된 것들 뿐이다. 나는 우리 주님이 통치하시는 눈물 없는 그 나라를 오늘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우울한 일이 있으면 내 인생 전체를 우울한 것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다른 빛깔로 빛나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어제 저녁 식탁에서의 그 일로 남편은 잠도 거실에서 자고 여태까지 나와는 얼굴도 마주치지 않는다. 남편도 참 약한 사람인 것 같다. 나도 약한 사람인데 감정적인 면에서는 남편이 더 그런 것 같다. 그 누구도 의지하지 말고 주님만 의지하라고 내 인생길을 이렇게 인도하시나 보다. 그리고 만약 나에게 남편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한 면이 있다면 그건 남편을 도우라고 그만큼의 힘을 주신 것이라고 믿는다. 더 무수한 나의 약점을 날마다 남편이 채워주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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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바울은 생계를 위해서 천막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천막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선교에 필요한 헌금을 받았다고도 한다.
아~~~ 주님께서 나로 하여금 내일 필요를 위해 염려하지 않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주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오늘 주신 것으로 오늘을 평강 가운데 살게 하소서!

 내 모든 염려를 주께 맡깁니다."

 

                                        2020년 6월

 

 

흔한 아르헨티나 주택의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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