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를 보내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낮 동안에는 눈이 쏙 들어가도록 피곤함을 느꼈는데 자려고 하니 의식이 점점 더 또렷해지고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살아나는 것이었다.
희미한 창 밖의 불빛마저 성가셔서 눈을 감으니 이젠 여러 가지 소리가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멀리서 들리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 개 짖는 소리, 길고양이들 가르릉 거리는 소리, 어느 집인지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이웃 아파트 중앙난방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문 소리, 도시는 깊은 밤에도 깨어있다.
휙 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누우니 이불깃에 배어 있는 내 숨 냄새가 느껴졌다. 또 얇은 잠옷마저 배겼다. 침대 시트 밑에 깔려있는 전기 옥돌 매트의 납작한 돌들도 내 등을 딱딱하게 눌러댔다. 아오~~ 정말 좀 둔해졌으면 좋겠다. 모든 감각이 이렇게 예민하니 편히 살 수가 없다. 문밖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격리기간에 나타나는 운동 부족 현상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애써 잠들려고 하는 것을 포기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낮에 긁적이던 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덧붙여 쓸만한 기가 막히다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날이 밝으면 멋진 글이 탄생하겠다고 기대했는데 웬걸 오늘 아침에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순간 바로 기록해 두었어야 했는데 아쉽다. 렘수면 상태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창의력이 배가된다고 하더니 어젯밤이 그런 상태였던 모양이다.
며칠 전 개인방송을 하겠다고 글을 쓰고 목소리를 녹음해서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었다. 그런데 영상물을 제작하는 과정을 찾아봤더니 이건 뭐 애초에 이것을 시작하려던 내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지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전달하려는 내용보다 편집하고 관리하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것 같다. 불특정 다수에게 내가 가진 것을 전달하는 것에 더하여 돈까지 벌어보겠다는 욕심으로 개인 방송을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장 33절)
아르헨티나 격리 기간이 끝나고 다시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면, 정말 싫지만 싫어도 해야하는 것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주장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 거룩하신 뜻을 다 이루시려고 쉼 없이 일하고 계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2020년 7월 8일 수요일